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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같은 돌부리에 반복적으로 걸려 넘어지지 말자

작성자: 지원사 | 작성일: 18-02-09

영흥도 낚싯배 사고를 되돌아보며

항로표지기술협회 이사장 사진
항로표지기술협회 이사장 박찬재


지난해 12월 첫 주말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는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대규모 해상 사고였다. 15명의 귀중한 인명을 앗아간 사고이니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더없이 크다.

이렇게 비극적인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사고 후 사고선박의 선장과 당직자를 구속하고 낚싯배를 일제히 점검하는 한편 정부의 해양선박사고 예방대책도 속속 발표되었지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본다. 아직도 절절히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사고의 충격을 억누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자.

우선 사고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목격담을 되새기며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배 뒤쪽 갑판에 나와 있다가 바다로 떨어져 구조된 생존자 서모씨(37)는 "일행들이 뒤쪽에 배 모양 불빛이 보인다고 말한 지 1분도 채 안돼 뭔가가 들이받았다"며 "충돌 직후 (배에서) 그대로 튕겨 나갔다"고 사고 순간을 설명했다. 또한 15명진호 선장 전모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다시 말해 위험이 닥쳐오는데도 사고현장에서 충돌위험을 빠르게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없이 무심히 항진하다가 결국 충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해상안전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낚싯배 선장이나 15명진호 선장은 이 항로와 항법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기본적인 사고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충돌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바다에서 항해하는 선박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낚싯배·유도선·레저선박과 소형선박들의 취약한 안전수준, 선박입출항 항로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항해장애물들, 그리고 열악한 구난환경을 잠깐만 살펴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팽배해 있는 적당주의와 안전 경시 풍조를 마주치게 되어 그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해사안전법에는 해상에 있는 선박이 지켜야 할 해상사고 예방조치와 항해 방법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모든 시계 상태에서의 항법, 잘 보이는 상태에서의 항법,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의 항법, 그리고 각종 안전·구난제도도 안전 선진국 수준으로 법제화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령이 있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민간기구인 해난방지센터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상사고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해상안전 공공기관들이 적극 나서서 안전항해와 인명안전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과 홍보를 시급히 시행하기를 제안한다. 더 나아가, 국민들의 해상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을 높이고 체화시키는 운동도 함께 전개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낚싯배뿐만 아니라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레저선박·유도선·소형선박의 이용자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선박은 선박 간이나 관제소와 상호 반드시 교신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갖추어 사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안전취약해역은 육상에서 관제시설을 가동하여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위험을 경고하거나 즉시 시정조치를 실시하여 사고를 예방하여야 한다.

정기적으로 빅데이터와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집중 관리가 시급한 연안해역(해로)을 다시 설정하고 이 해역에 필요한 항행규칙을 보완·제정함과 아울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특정위험해역을 관리하고 구난할 수 있는 구난 및 페트롤 선박을 포함한 장비와 조직, 인력을 적절한 위치에 전진배치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90% 이상은 그 원인이 인적 과실과 부주의에서 기인하는 만큼, 바다에 나가는 모든 국민들이 기초적인 안전 교육을 반드시 숙지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한 항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해상 사고 예방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같은 돌부리에 반복적으로 걸려 넘어지지 말자.

배군득 기자 lob13@ajunews.com